Where did you abandon the snowflake on which I wrote my secrets?
January 19, 2021
Excerpts from Unexpected Vanilla (Tilted Axis, 2020) by Lee Hyemi, translated by Soje
『뜻밖의 바닐라』 (문학과지성사, 2016)
눈송이의 감각
배관공과 함께한 겨울은 따듯했다.
밤이면 벽 너머로 눈들이 자라나고
얼어붙은 나뭇가지를 벽난로에 던져넣으며
나무들이 추운 발가락을 길게 내뻗는 소리를 듣는다.
오래된 쇠붙이를 창밖으로 흩어 내버리면
차갑게 물드는 영혼의 팔다리들.
버려질 때 가장 아름다워지는 옛 장신구들처럼
희미해지는
겨울의 배관들.
너는 내 손목에 귀를 대고
먼 땅에 파묻힌 수관을 불러온다.
나는 굳어가는 물방울처럼 이목구비를 잊고
핏줄을 떠올리는 동안 손발이 서서히 꺾여나가고
얼어붙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눈물이 필요했다.
폭설이 닿는 자리에 회백색의 나무들이 빚어진다.
부러진 손가락을 하나하나 벽난로 속으로 밀어넣으며
우리는 젖은 나무들을 껴안고 타올랐다.
SENSE OF SNOWFLAKES
Warm was the winter I spent with the plumber.
By night, snowflakes were born over the wall
as I tossed frozen branches into the fireplace
and heard the trees stretching their chilly toes.
The limbs of souls dyed cold
when I scattered scrap metal out the window.
Winter’s plumbing
faded
like antique jewelry, most beautiful when thrown away.
You put your ear to my wrist
and called over the water pipes buried in a distant land.
I forgot my features like a stiffening droplet
and thought of veins, as my hands and feet were slowly snapped of.
To keep from freezing
I needed a steady flow of tears.
Ashen trees were molded wherever the snowstorm reached.
Forcing broken fingers into the fireplace,
we hugged the wet trees and went up in flames.
수반
여름 과일이 흘려둔 빛인가 밤새 뼛속 환하더니
끈적이고 뜨거운 것이 입술 밖으로 왈칵 새어 나와
젖은 뿌리에 여러 번 입 맞추고
그 반절을 머금어 훔쳐온 탓인가
종일 아린 풋내 꽃 비린내 입가에 진동하더니
혀 밑으로 얼크러진 녹이끼 가득 머금었으니
아마도 우리는 참으로 오래된 식물,
수없이 희석되어 흐려진 겹겹의 체액들을 머금으며
뿌리까지 젖고 나서야 몇 줌의 녹(綠)을 얻는
달이 피워낸 맑은 체액인가 파동이 경계에 이르고
세밀한 무늬들이 젖은 몸에서 스며 나오는데,
무성해지는 발가락들
뱉어도 자라나는 물의 넝쿨
사이로 입술이 간신히 떠내려온다
무슨 작고 묘한 열매를 얻은 양
눈송이의 감각
배관공과 함께한 겨울은 따듯했다.
밤이면 벽 너머로 눈들이 자라나고
얼어붙은 나뭇가지를 벽난로에 던져넣으며
나무들이 추운 발가락을 길게 내뻗는 소리를 듣는다.
오래된 쇠붙이를 창밖으로 흩어 내버리면
차갑게 물드는 영혼의 팔다리들.
버려질 때 가장 아름다워지는 옛 장신구들처럼
희미해지는
겨울의 배관들.
너는 내 손목에 귀를 대고
먼 땅에 파묻힌 수관을 불러온다.
나는 굳어가는 물방울처럼 이목구비를 잊고
핏줄을 떠올리는 동안 손발이 서서히 꺾여나가고
얼어붙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눈물이 필요했다.
폭설이 닿는 자리에 회백색의 나무들이 빚어진다.
부러진 손가락을 하나하나 벽난로 속으로 밀어넣으며
우리는 젖은 나무들을 껴안고 타올랐다.
FLOWER BASIN
Was the light spilled by the summer fruit It was bright all night inside the bones,
now something hot and sticky is suddenly leaking past my lips
Was it because I kissed the wet roots again and again and
stole half of them in my mouth
All day my mouth reeked of freshly cut grass and rotting flowers
full of green moss tangled under my tongue
so perhaps we are truly old plants
Only after holding back its layers of bodily fluids faded from countless dilution
and getting wet down to its roots, the moon earns fists of rust
The bodily fluids, or waves, bloomed by the moon reach a boundary and
detailed patterns seep from its wet body
Meanwhile between toes that multiply
and water vines that grow even when spat out